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당황했던 순간은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릴 때였다. 이유가 분명해 보이지 않는 울음이었다. 장난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친 것도 아닌데 눈물이 먼저 터지는 순간. 그때마다 “왜 울어?”라는 말을 먼저 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아이가 블록을 쌓다가 갑자기 손을 멈추더니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장난감이 마음대로 안 돼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블록이 무너진 게 아니라, 아이가 쌓아 올린 걸 누군가 건드릴까 봐 계속 손으로 막고 있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아이가 블록을 지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 이후로 아이의 행동을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결과를 먼저 봤다면, 지금은 그 전에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블록을 지키던 아이의 모습도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자기 세계를 지키려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아이와 대화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다. 예전에는 “왜 그랬어?”라고 물었다면, 지금은 “지금 어떤 기분이야?”라고 묻는다. 질문이 바뀌니 아이의 반응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말 대신 표정으로만 표현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속상했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신기한 건 부모 쪽에서도 변화가 생긴다는 점이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부모의 말투도 천천히 달라진다. 급하게 설명하거나 바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잠깐 멈춰서 상황을 보게 된다.
육아라는 게 거창한 방법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 이런 작은 순간들을 계속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매일 조금씩 변하고, 부모의 시선도 그만큼 같이 변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와 함께 있었던 장면들을 기록해 두려고 한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그냥 하루 중 기억에 남는 순간 하나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기록들이 아이의 성장 이야기이자 부모가 배워가는 과정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